후생 평가의 기준
재정학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바람직한지의 여부를 평가하는 일이 주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된다. 정책이란 쉽게 말해 하나의 경제적 상태를 다른 경제적 상태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뜻한다. 어떤 정책이 바람직한지의 여부는 그것으로 인해 생긴 변화가 사회 후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의해 평가될 수 있다. 사회 후생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사회 후생 평가의 첫 번째 주요 기준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이다. 다시 말해 자원배분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사회 후생을 평가하는 하나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자원배분의 효율성이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다음 절에서 자세히 설명하려고 한다. 쉽게 말해 효율성은 한 경제에 존재하는 생산적 자원이 전혀 낭비되지 않고 최선의 방법으로 활용된다는 것을 뜻한다.
사회 후생을 평가하는 두 번째 주요 기준으로는 분배의 공평성을 들 수 있다. 경제 안에 존재하는 자원, 구체적으로 말해 소득이나 재산 같은 것이 사람들 사이에 얼마나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는지가 또 하나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사회가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그런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 두 가지, 즉 효율성과 공평성이 사회 후생의 평가 기준으로서 가장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두 가지 기준은 후생경제학을 떠받치는 두 기둥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들보다는 약간 덜 중요하지만 사회 후생을 평가하는 보조적 기준으로 채택할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개인의 자유로, 사람들의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되어 있을수록 사회후생이 더 커지는 것으로 본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개인의 자유를 무조건 보장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정부의 정책이 떄로는 의도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뒤에서 보게 될 국민연금제도가 그 좋은 예로, 정부는 강제적인 저축 프로그램을 통해 은퇴 후의 생계 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한다. 젊을 때 번 돈을 모두 써 버리고 노년을 가난하게 보내겠다고 마음먹었다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데 이 제도의 의의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손해가 돌아올 줄도 모르고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 그 일을 하지 못 하도록 말려야 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태도는 선의로 개인의 선택에 간섭한다는 뜻에서 온정적 간섭주의라고 부른다. 이와 같은 온정적 간섭주의의 관점이 사회 후생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바로잡아 줌으로써 얼마나 큰 이득을 가져다주었는지의 관점에서 정부의 정책이 바람직한지의 여부를 평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고,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평가를 해 의견이 분분한 것이 보통이다. 이는 문제의 성격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공평성의 관점에서 정책을 평가할 경우에는 객관적인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의견이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바로 앞에서 본 것처럼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어야 하느냐 아니면 필요에 따라 제한될 수도 있느냐를 둘러싼 견해차까지 더해지게 되면 문제가 한층 더 복잡해진다.
심지어 효율성의 관점에서만 평가한다고 할 떄도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평가의 기준 그 자체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어떤 정책이 정말로 효율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정책의 결과에 대한 예측이 다른 상황에서 그 정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책에 대해 적절한 평가를 하는 일이 어렵기는 하나, 조금이라도 더 좋은 평가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후생경제학 연구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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