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실패의 여러 원인
(1) 불완전경쟁
시장기구에 의한 자원배분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완전 경쟁이 전제되고 있는 상황에서만 타당성을 갖는다. 만약 완전경쟁의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라면 시장기구에 의한 자원배분이 효율적이라는 명제 역시 그 타당성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불완전경쟁이 존재하고 있을 때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2) 공공재
공공재는 공원이나 도로같이 여러 사람의 공동 소비를 위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를 뜻한다. 공공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특성을 갖고 있어 시장의 실패를 가져오게 된다. 첫 번째 특성은 소비에서의 비경합성인데, 추가로 한 사람이 더 공공재를 소비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소비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는 성격을 말한다. 두 번째 특성은 배제불가능성으로, 대가를 치르지 않은 사람이라 하여 소비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성격이다.
공공재의 경우에는 이 두 가지 특성 때문에 양(+)의 가격을 매기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또한 바람직하지도 않게 된다. 우선 이것이 갖는 배제불가능성 때문에 양의 가격을 정해 징수하려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또한 비경합성 때문에 한 사람을 더 소비에 참여시키는 데 드는 한계비용이 0이 되므로 양의 가격을 매기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다. 미시경제학에서 배운 바 있겠지만, 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해서는 가격이 한계비용과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양의 가격을 매기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은 시장기구가 공공재를 적절한 수준에서 생산 및 공급할 수 없음을 뜻한다.
(3) 외부성
어떤 사람의 행동이 제삼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이득이나 손해를 가져다주는데도 이에 대한 대가를 받지도 지불하지도 않을 때 외부성 혹은 외부효과가 발생했다고 말한다. 어떤 일에서 이득이나 손해가 발생했는데도 이에 대한 대가를 주고받지 않는다는 것은 그 일이 시장의 테두리 밖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외부성이라는 말은 바로 그런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외부성은 해로운 것뿐 아니라 이로운 것도 있을 수 있으며, 생산과정에서 나타날 수도 있고 소비과정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로운 외부성을 만들어내도 대가를 받지 못하기 떄문에 사람들은 구태여 이를 많이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다. 반면에 해로운 외부성의 경우에는, 이를 만들어내도 대가를 치르지 않기 때문에 자진해서 이를 줄이려 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난다. 따라서 자유로운 시장기구에 내맡길 때 이로운 외부성은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더 적게 만들어지지만, 해로운 외부성은 최적 수준보다 더 많이 만들어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4) 불확실성
앞에서 본 일반경쟁균형, 그리고 이와 관련된 후생경제학의 정리를 모든 것이 확실하다는 암묵적인 가정하에서 구해진 것이다. 따라서 불확실성이 개입하게 되면 일반경쟁균형이 파레토효율성을 가져다준다는 정리를 그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해서 언제나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애로우는 앞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상황을 전부 포괄하는 완벽한 조건부 거래 시장이 존재하면 불확실성이 존재해도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지 않음을 밝혀냈다.
완벽한 조건부 거래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달리 표현하면 완벽한 보험이 제공된다는 말이다. 완벽한 보험이 제공되면 실질적으로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된 셈이기 때문에 시장에 의한 자원배분이 효율적일 수 있다. 문제는 현실적 여건상 완벽한 보험을 마련해 놓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데 있으며, 그 결과 불확실성의 존재는 불가피하게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게 된다.
우선 앞날에 일어날 모든 일을 사전에 예측하고 이에 대해 완벽히 대비할 수 있는 보험을 준비해 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비대칭정보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 현상 때문에 완벽한 보험의 제공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 그런데 관점을 달리해 보면 비효율성의 원인은 불확실성 그 자체보다 시장이 완전하게 갖춰져 있지 않는다든가 정보가 불완전하다든가 하는 데 더 크게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불확실성은 다음에 설명할 시장실패의 또 다른 원인, 즉 완비되지 못한 시장이나 불완전한 정보와 밀접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5) 완비되지 못한 시장
현실에서 보험시장이나 자본시장 그 자체가 완전하게 갖춰져 있지 못해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례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전쟁이나 천재지변에 대한 보험, 혹은 빈곤에 대한 보험 등을 제공하는 회사는 거의 없어 개인들은 이와 관련된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수출입은행 업무, 학자금 융자, 중소기업 융자 등을 전담하는 자본시장이 완비되지 못해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완적 시장이 갖춰지지 않아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경제에서 DVD가 전혀 생산되지 않고 있다면, 이 상황에서 DVD 플레이어를 생산하려고 나서는 기업도 없을 것이 분명하다.
즉 DVD 시장이라는 보완적 시장이 갖춰져 있지 않음으로써 DVD 플레이어의 배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6) 불완전한 정보
정보경제이론에 나오는 개살구시장의 모형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차들은 거의 다 겉보기만 그럴듯한 것들, 즉 개살구뿐이다. 따라서 겉과 안이 모두 좋은 중고차의 거래는 이루어지지 못하는데, 거래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시장이 실패하고 있음을 뜻한다. 거래 양 당사자 중 한쪽이 정보를 갖지 못하는 비대칭정보의 상황 때문에 이와 같은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보험시장에서 나타나는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 현상도 결국은 정보가 완전하지 못해 생겨나는 문제들이다. 만약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분포되어 있지 않다면 이와 같은 문제들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점에서 볼 때 보험시장의 실패를 가져오는 궁극적 원인은 정보의 불완전성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상에서 설명한 시장실패의 여러 원인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며, 상호 관련을 갖는 경우도 많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미래의 일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시장의 실패를 시장이 완전히 갖춰져 있지 못하거나 정보가 완전하게 주어져 있지 못해서 생긴 시장의 실패와 구별하기 힘들다. 또한 시장이 완전하게 갖춰지지 못한 데는 정보의 불완전성도 한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둘은 명백하게 구별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공공재를 외부성이 극도로 심한 재화나 서비스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앞에서 설명한 시장실패의 여러 원인 사이의 상호연관 관계는 매우 넓은 범위에 걸쳐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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