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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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학

1. 정부란 무엇인가?

by 오스카 리 2022.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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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성격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으로 "정부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새삼스럽게 정부가 무엇인지 물을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잡아야 하느냐의 문제가 실제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예를 들어 세금을 거두고 소집 영장을 발부하는 일, 그리고 범죄자를 잡아 벌주는 일 등을 하는 것이 정부라는 데는 아무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서울메트로나 한국방송공사를 정부의 일부로 볼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자신 있게 대답하기 힘들어진다. 현대의 정부는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정부라는 것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도 그리 쉽지 않게 되었다.



정부부문의 특징

넓은 의미에서의 정부 혹은 공공부문에는 우리가 흔히 정부라고 부르는 좁은 의미의 정부뿐 아니라 정부투자 기관으로 구성된 공공기관까지 포함된다. 그러므로 앞에서 예로 든 서울메트로나 한국방송공사 같은 정부투자 기관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정부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투자 기관은 공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활동 내용을 보면 민간부문의 기업과 거의 차이가 없고 단지 정부가 투자해 운영한다는 점에서만 차이를 갖는다.

정부부문을 민간부문으로부터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 특징 중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를 골라 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가 갖는 첫 번째 특징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사람이나 선출된 사람에 의해 임명된 사람들이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사람들인 한편, 국방부나 환경부의 운영을 맡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공기업의 경우에도 국민에 의해 선출된 사람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쳐 그것의 운영을 맡을 사람이 결정된다.

정부가 갖는 두 번째 특징은 국민에 대한 강제력을 가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어떤 사람이 벌어들인 소득의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만약 그가 세금을 내지 않으면 정부는 그의 재산을 압류한다든가 아니면 그를 감옥에 보내는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있는 남자들이 거의 무보수로 국방의 의무를 맡도록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정부가 갖는 권한 중의 하나다. 정부가 이와 같은 강제력을 가질 수 있는 근거는 선거 과정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그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비해 민간부문의 경우에는 어떤 조직이라 할지라도 그와 같은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 민간 부문에서 일어나는 모든 관계는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맺어지며, 한쪽이 강제력을 동원해 다른 쪽에게 관계를 맺도록 강요할 수 없다. 예컨대 어떤 땅에 빌딩을 짓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땅의 소유자가 기꺼이 그것을 팔기로 합의해야만 건축을 시작할 수 있다. 그는 땅을 팔라고 강제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그 땅에 도로를 건설할 의사를 갖고 있을 경우에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설사 그 땅의 소유자가 팔기를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보상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그 땅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정부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주로 비시장 배분의 방법에 의해 국민에게 배분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민간부문에서 생산된 상품의 경우에는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에 의해 배분이 이루어지지만, 정부에 의해 생산된 것은 그와 다른 방식에 의해 배분되는 것이 보통이다. 정부가 생산해 공급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시장이라는 것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정부가 시장기구를 통해 배분하는 재화나 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그 비중이 지극히 작다.

국방서비스나 경찰 서비스 같은 것들이 국민에게 배분되는 과정이 비시장 배분의 전형적 예가 된다. 정부는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그리고 혜택을 받는 데 아무런 자격 제한도 두지 않고 이런 서비스를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배분한다. 또 다른 비시장 배분의 예로는 초등학교가 그 지역에 사는 아동 모두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거주지역이 배분의 기준이 되는데, 이는 민간부문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배분 기준과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

공공기관을 제외한 좁은 의미에서의 정부는 위에서 든 세 가지 특징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첫 번째 특징만 갖고 있을 뿐 나머지 두 가지는 거의 갖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메트로가 일반 국민에게 행사할 수 있는 강제력은 전혀 없으며, 표를 산 사람만 지하철을 이용하게 하는 전형적 시장 배분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넓은 의미에서의 정부부문에 포함될 수 있어도, 좁은 의미로 정부를 정의할 때는 이에서 제외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정부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사람이나 그에 의해 임명된 사람에 의해 운영되고, 일반 국민에게 강제력을 갖고 있으며, 비시장 배분의 방법에 의해 재화나 서비스를 배분한다는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이와 같은 특징이 정부의 행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정부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할 때, 정부가 이런 특징을 가진 조직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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