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혼합 경제와 정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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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학

2. 혼합 경제와 정부의 역할

by 오스카 리 2022.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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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경제의 의미

모든 것을 시장기능에 내맡기는 순수한 자유방임적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의 예를 찾기는 무척 힘들다. 대부분의 국가가 기본적으로는 시장기능에 의존하면서 정부도 여러 측면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놓은 혼합경제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혼합경제란 정부부문이 경제 전체의 재화와 서비스 중 상당 부분을 생산하고 사용하며,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간섭하고 있는 경제를 뜻한다. 다시 말해 국민경제에서 정부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경제를 혼합경제라고 부르는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해야만 혼합경제로 볼 수 있다는 객관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혼합경제 체제와 대조되는 체제로 순수시장경제와 통제경제라는 두 극단적인 체제가 있다. 그러나 동유럽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 이후 통제경제의 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혼합경제의 현실적 대안으로는 순수시장경제 하나만 남게 되었다. 순수시장경제란 모든 상품이 시장에서 자유로이 교환되고,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 가격이 자원배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체제를 뜻한다. 모든 자원을 개인들이 소유하며, 자원의 소유주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순수시장경제의 또 다른 특징이다.

반면에 혼합경제에서는 모든 일을 시장의 완전한 자율에 맡겨 두지 않고, 정부가 개입해 제약을 가하기도 하며 때로는 시장과 경쟁적인 관계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시장기구를 신뢰하면서도, 이것이 가진 명백한 한계 때문에 때때로 방향을 바로잡아 주고 모자라는 점은 보충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혼합경제의 기본 아이디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시장기구를 보완하고 교정해야 할 필요가 생기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시장기구가 소득과 재산을 공평하게 분배해 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시장이 독과점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에는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설사 완전경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 결과로서 나타나는 분배의 상태가 공평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나아가 시장기구는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가게 만들 수 있느냐는 점에서도 명백한 한계를 갖는다. 시장경제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경제변동은 시장기구가 가진 한계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시장기구에 의해 자원배분이 효율적이라고 알려졌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시장기구에 의한 자원배분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일련의 이상적인 조건이 충족되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시장기구에 의한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일 수 있는데, 이때 시장의 실패가 일어났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시장기구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도에서 고안된 것이 바로 혼합경제 체제라고 말할 수 있다. 혼합경제 체제에는 정부부문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시장기구가 갖는 장점과 정부부문이 갖는 장점을 함께 살리자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혼합경제에서 반드시 시장기구와 정부가 가진 장점만이 결합하여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자주 관찰할 수 있듯, 오히려 그 둘의 단점들이 결합하여 나타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역할과 해서는 안 될 역할을 신중하게 구분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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