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환경정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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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학

11. 환경정책(2)

by 오스카 리 2022.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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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정책과 국제무역

환경보존을 위해 각종 규제를 시행한다고 할 때 그 나라의 국제무역에는 어떤 영향이 오게 될까? 이 문제에 관한 전통적 견해에 따르면, 환경규제는 국내 기업에 추가적 비용 부담을 안겨주는 동시에 생산성 향상을 둔화시킴으로써 국제경쟁력을 약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또한 기업들이 환경규제를 피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겨가고 신규 투자도 해외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수출이 줄어들고 수입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오기도 한다고 본다. 환경규제는 이렇게 여러 경로를 통해 국제수지 흑자를 줄이거나 적자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바로 전통적 견해다.

환경규제가 기업에 추가적 비용 부담을 안기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더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규제의 영향으로 원자재나 중간투입물의 가격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추가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환경규제 때문에 철판이나 페인트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를 제조하는 기업의 생산비용은 자연히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환경규제가 생산비용의 증가를 가져오는 방향으로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경규제로 인해 기업이 비용 절감의 혜택을 얻을 수도 있다. 환경의 질이 개선되어 근로자들의 건강이 더 좋아짐에 따라 노동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는데, 이는 기업의 실질적 비용 부담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수질이 개선되어 식품 가공 기업들이 더 좋은 질의 물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데서 나오는 비용 절감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오염된 물을 원료로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이를 정화하는데 큰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규제가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가져온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앞에서 인용한 포터의 말처럼, 환경규제가 경제의 전반적 생산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오히려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한층 더 강화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견해가 제기되면서 전통적 견해와 이것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큰 현실설명력을 갖는지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환경규제가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힘들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환경규제가 국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규제의 강도와 규제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바지만, 규제의 강도가 높을수록 국제경쟁력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또한 규제의 형태라는 측면에서 보면 유연성이 작을수록 국제경쟁력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나아가 규제당국과 피 규제자 사이의 관계가 어떤지에 따라 국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이 둘 사이의 관계는 협조적일 수도 있고 적대적일 수도 있다. 둘 사이의 관계가 적대적일 때 환경규제가 국제경쟁력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는 것인데, 미국과 영국은 이 점에서 매우 대조적이라고 한다. 즉 미국은 영국에 비해 둘 사이의 관계가 더 적대적이라고 알려졌는데, 그렇기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환경규제에서 받는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결국 환경규제가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실증분석을 통해 알아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관한 실증분석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실질 임금과 환율이 일정한 수준에서 변화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환경규제가 어떤 상품의 순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방법이다. 환경규제로 인해 환율이 변화하면 고려 대상이 아닌 다른 상품의 순 수출도 변화하는데,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 이전의 상황에서 그 상품의 순 수출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 보기 위해 이 방법을 쓰는 것이다. 분석적인 관점에서 보면 타당한 접근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이런 가상적 상황을 만들어내기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그중 하나가 환경규제가 적용되는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 사이의 순 수출을 비교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환경규제로 인해 실질임금이나 환율이 변화하는 것을 허용한 상태에서 그와 같은 비교를 한다는 점에서 바로 앞에서 설명한 접근방식과 차이를 갖는다. 이와 같은 비교를 통해 환경규제의 적용을 받는지의 여부가 순 수출에 어떤 영향을 주며, 나아가 국제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대안은 오염 유발 산업이 환경규제가 엄격한 나라로부터 상대적으로 느슨한 나라로 옮겨가는 양상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만약 그와 같은 이동이 자주 관찰된다면 이는 환경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산업의 국내 생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환경규제가 기존의 생산시설뿐 아니라 신규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관찰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예컨대 환경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산업에서 신규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경향이 특히 현저하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관찰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재피 등이 정리한 바에 따르면, 이 문제에 관한 실증연구의 결과에서 어떤 뚜렷한 결론을 끄집어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예를 들어 환경규제가 상대적으로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산업일수록 순 수출이 더 작아지는 추세를 발견하기는 힘든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는 환경규제가 국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고려 대상을 제조업으로 한정했을 때는 환경규제가 상대적으로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산업의 순 수출이 비교적 작은 추세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나라마다 환경규제의 강도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그 강도의 차이가 순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해 본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접근방식에 의한 실증분석도 환경규제가 눈에 띄는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있다. 즉 환경규제가 더 엄격한 나라에서 순 수출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이 오는 양상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한편 환경규제가 오염 유발 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는지의 여부에 대한 실증연구는 실제로 그런 일이 어느 정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오염 유발 산업이 선진국을 떠나 환경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해 간것과 개발도상국들이 이런 산업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수출을 점차 늘려온 것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오염 유발 산업의 생산시설이 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간 것이 순전히 환경규제 때문이었다고 해석하기는 힘들다. 좀 더 싼 임금 등의 다른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환경규제가 신규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연구 결과를 보면,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개발도상국으로 투자가 빠져나갔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미국 안에서 행해지는 투자의 경우에도 환경규제의 지역 간 차이가 투자의 결정에 별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소개한 실증연구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환경규제가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약화한다는 주장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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