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현실의 조세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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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학

25. 현실의 조세 제도

by 오스카 리 2022.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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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공제제도



똑같은 종류의 소득을 똑같은 크기로 벌고 있는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소득을 얻는 데 큰 비용을 들여야 하지만 다른 사람은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하자. 결과적으로 나타난 소득의 크기만을 고려해 이 두 사람에게 똑같은 소득세를 부과한다면 그것은 결코 공평한 과세가 될 수 없다. 이상적으로 말하면 어떤 사람이 번 소득에서 그 소득을 얻 위해 소요된 비용을 차감하고 난 나머지 부분을 그 사람의 납세 능력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소득을 취득하는 데 든 비용을 정확하게 계산해 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과연 어떤 것을 비용으로 공제하도록 허용하고 어떤 것은 허용하지 않아야 하는지 구분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업상 값비싼 옷을 입고 다녀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의 경우, 그런 옷을 사는 데 들인 비용을 소득에서 빼 주어야 할 것인지의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 그러므로 비용의 처리를 둘러싸고 많은 혼란이 야기될 수 있으며, 또한 소득세제에 구멍이 뚫리는 것도 이 점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반드시 소득의 취득과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납세자가 어쩔 수 없이 지출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기 때문에 공제를 허용해 주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불가피하게 지출되어야 하는 비용의 대표적인 예가 납세자 본인과 그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적공제는 바로 이점에 착안해 납세자 가족 한 사람당 일정액을 공제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현재 가족 한 사람당 기본적으로 150만원의 인적공제가 허용되고 있으며, 가족 중 장애자나 경로우대 대상자가 있는 경우 추가로 인적공제가 허용된다.

이 인적공제 이외에도 불가피하게 지출되어야만 하는 비용으로 간주하여 소득에서 공제를 허용하는 항목이 여러 개 있다. 공제를 허용하는 비용의 유형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소득세제도를 기준으로 하여 그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근로소득을 얻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같은 공적연금 보험료와 건강보험료, 그리고 고용보험료 전액을 소득에서 공제하도록 허용해 준다. 또한 서민들의 주거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월세나 주택자금 대출 이자 등으로 지출한 것 중 특별한 조건을 갖춘 일부도 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 세제상에는 근로소득공제라는 독특한 형태의 공제가 허용되고 있다. 사업자를 제외하고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혜택인데, 이것이 제공되는 근거는 앞에서 본 것들의 경우와 약간 다르다. 근로소득자에게만 특별히 공제를 허용해 주는 표면적 명분은 이들이 대개 중,하위 소득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조세부담을 가볍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비근로 소득의 경우 과세 대상에서 탈루되는 부분이 많은데 유독 근로소득만 전액 과세 대상이 되기 떄문에 형평성이 상실된 현실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이 더욱더 강하다.

이상에서 설명한 공제항목들은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에서 공제액만큼을 빼 주는 소득공제의 성격을 갖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월세로 지출한 금액 50만원에 대해 소득공제를 허용받았다면 그의 소득에서 바로 그만큼을 뺀 나머지 부분이 과세 대상이 된다. 따라서 그에게 적용되는 한계세율이 30%라면 이 소득공제를 통해 그의 조세부담은 15만원만큼 줄어들게 된다. 높은 한계세율의 적용을 받는 납세자일수록 같은 크기의 소득공제에서 받는 실질적 혜택이 더 커진다.

이렇게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에서 제외하는 형식으로 공제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직접 깎아 주는 형식으로 공제를 해주는 방법도 있는데 이를 세액공제라고 부른다. 납세자에게 적용되는 한계세율에 따라 세금 절감 폭이 달라지는 소득공제와 대조적으로, 세액공제의 경우에는 한계세율과 관계없이 세액공제액 그 자체가 바로 세금 절감 폭이 된다. 따라서 세액공제의 형태로 공제가 허용되는 경우에는 한계세율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욱 유리한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한계세율이 낮은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제에서는 보험료, 교육비, 의료비 등으로 지출한 것 중 특별한 조건을 갖춘 일부에 대해 세액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근로소득세액공제, 기부, 정치자금 세액공제납세 조합세액공제 등 다른 여러 가지 형태의 세액공제도 존재한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소득공제를 허용해 주는 데다가 다시 세액공제를 추가로 허용해 준다는 점이다. 소득공제만을 허용해 줄 경우에는 한계세율이 낮은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세액공제를 추가로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소득세제를 공연히 복잡하게 만든다는 문제점이 있다.

어떤 항목에 대해 어느 수준의 공제를 허용할 것이며, 또한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중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객관적인 답을 찾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해 원론적인 수준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너무 많은 항목에 대해 공제를 허용하게 되면 조세제도가 복잡해지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아주 불가피한 것을 국한해 공제를 허용해야 한다. 소득세제가 복잡해질수록 조세부담을 회피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구멍이 더 많이 생긴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는 최저한의 생활에 필요한 비용, 즉 최저생계비를 고려해 인적공제를 위시한 각종 공제의 크기를 적절하게 결정해야 한다. 면세점은 소득이 그 이하로 떨어질 때 소득세 납부의 의무가 없어지는 수준을 뜻하며, 조세 당국이 일종의 최저생계비로 보는 소득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면세점은 인적공제와 그 밖의 공제가 어떤 수준으로 허용되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각종 공제의 허용 수준을 결정할 때는 조세 당국이 최저생계비를 얼마로 보고 있는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가난한 가정의 생계에 압박을 가하지 않기 위해서는 비교적 높은 수준에 면세점을 설정해야 하며, 따라서 인적공제나 근로소득공제도 넉넉하게 허용하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면세점을 너무 높게 설정하면 조세수입이 줄어드는 문제점이 생기므로 이 점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전체 가구 중에서 실제로 소득세를 납부하는 가구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약 면세점이 너무 높게 설정되어 있어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소득세를 납부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면 이는 그리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어떤 항목에 대해 어떤 크기로 공제를 허용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해 적절히 해결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주관적 판단에 의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조세제도의 개혁에 관한 논의가 나올 때마다 항상 이 문제를 둘러싼 의견의 대립이 심각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의 속성에 기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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