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면세와 영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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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학

27. 면세와 영세율

by 오스카 리 202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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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나라에서 생활필수품의 성격을 갖는 상품이나 수출품 등에 대해 예외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해 주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조치가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주거나 영세율을 적용해 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조치는 서로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나 내용상 뚜렷이 구분되는 차이를 갖고 있다.



(1) 면세

나라마다 부가가치세 면세의 대상을 달리 선택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 규모가 매우 영세해서 기장의 능력도 없고 행정적인 부담만 될 것으로 판단되는 기업들이 면세 대상이 된다. 둘째, 식료품이나 의약품처럼 필수품의 성격을 갖고 있어 저소득층이 많이 구입하는 품목들도 면세 대상이 된다. 이를 통해 부가가치세가 갖는 역진성을 조금이나마 줄여보자는 의도가 그 밑에 깔려 있다. 셋째, 의료서비스나 교육, 문화사업처럼 공익성이 높은 재화나 서비스들이 면세 대상이 되며, 마지막으로는 은행이나 보험 같은 금융서비스처럼 행정적인 측면에서 부가가치세제의 적용이 힘든 경우 역시 면세 대상이 된다.

어떤 상품이 부가가치세 면세의 대상으로 선정된 경우에는 그 상품의 최종 소비 단계에서만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중간 단계에서 이미 납부한 부가가치세에 대한 환급을 해주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버스 같은 여객 운송 서비스가 면세의 대상이 된다고 할 때, 운송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중간 투입물로 사용되는 버스의 구입가격에 포함된 부가가치세에 대해서는 환급을 해주지 않는 것이다. 영세율의 경우에는 중간단계에서 납부한 부가가치세까지 환급해 준다는 점에서 면세 조치와 차이를 갖는다.

상품이 아닌 사업자가 면세 조치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 사업자가 생산단계의 어느 곳에 있는지에 따라 정부의 부가가치세 수입에 차이가 생긴다. 만약 그 사업자가 최종 소비 단계에 있는 경우라면, 그 사업자에 대한 면세 조치가 정부의 부가가치세 수입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반면에 면세 조치의 적용을 받는 사업자가 다른 기업이 중간투입물로 쓰는 상품을 생산하는 경우에는 면세 조치로 인해 종부의 부가가치세 수입이 오히려 더 많아지게 된다. 간접 공제방식에 의해 부가가치세가 부과될 때 이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다음의 예를 보면 그렇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원목-목제-가구의 예에서 어떤 이유로 목재 가공회사에 대해서만 면세 조치가 취해지고, 다른 기업들은 계속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고 가정하자. 우선 원목을 생산하는 기업이 5천만원의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는 데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런데 목재 가공회사는 면세 조치의 대상이기 때문에 가구 제조회사에 목재를 팔 때는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구회사는 자신의 매출액 10억원의 10%에 대해 부가가치세 납부의 의무를 갖는데, 바로 전 단계의 목재 가공회사가 아무런 세금도 내지 않았으므로 1억원을 전부 납부할 수밖에 없다. 간접 공제방식 하에서는 전 단계의 사업자가 낸 부가가치세를 빼주는데 목재 가공회사가 세금을 내지 않아서 빼줄 세금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면세 조치를 받지 않고 모든 회사가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면, 원목 생산회사가 5천만원, 목재 가공회사가 3천만원, 그리고 가구 제조회사가 2천만원을 내야 한다. 따라서 부가가치세의 총수입은 1억원이 된다. 그러나 중간 생산단계에 있는 목재 가공회사가 면세 조치의 대상이 됨에 따라 부가가치세의 총수입이 1억 5천만원으로 증가하는 역설적인 결과가 빚어졌다. 앞에서 부가가치세의 전신인 다단계거래세의 경우에는 각 단계에서 부과된 거래세가 계속 누적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누적효과가 문제를 일으킨다고 설명한 바 있다. 중간 생산 단계에 있는 사업자가 면세 조치의 적용을 받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제하에서도 이 누적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중간 생산 단계에 있는 영세한 기업이나 농민이 면세혜택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경우에는 국민의 조세부담을 경감시켜 주기 위해 특별한 조처를 할 필요가 생긴다. 바로 앞에서 본 예의 경우라면, 가구회사가 구입한 목재 속에는 사실상 원목 회사가 이미 납부한 5천만원의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셈이므로 이에 대해서 세액공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면세 조치로 인해 정부의 부가가치세 수입이 증가하는 엉뚱한 결과를 막을 수 있다.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추구하려면 면세 조치의 적용 대상을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2) 영세율

앞서 살펴본 면세제도는 보통 생활필수품이나 문화 관련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하는 취지로 운영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에 영세율 제도는 국제적 차원에서 이중과세를 방지하고 수출을 촉진하거나 특정 산업을 육성하려고 하는 취지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면세 조치의 경우와 달리 영세율의 적용을 받게 되면 그 이전 단계에서 낸 부가가치세까지 모두 면제되어 이의 환급을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출되는 자동차에 대해 영세율을 적용한다면 수출자에게 아무런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가 없음은 물론, 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납부한 모든 부가가치세에 대해 환급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즉 타이어나 유리 혹은 철판 같은 것들을 구입할 때 납부한 부가가치세도 환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상품이 영세율의 적용 대상이 되면 그것의 생산과 유통을 포함하는 전 과정에 대해 모든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가 면제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볼 때 영세율 제도는 면세제도의 한 극단적인 경우로서 완벽한 면세 장치의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위시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수출되는 상품에 대해 영세율을 적용해 주고 있다. WTO 규정에서 허용하고 있는 수출품에 대한 소비세 환급을 바로 이 부가가치세에 대한 영세율 적용에 의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반면에 수입품에 대해서는 수입가액 전체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수출품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면세를 허용하고 수입품에 대해서는 국내의 일반 상품과 똑같이 과세하는 것을 목적지 원칙이라고 부른다. 이 원칙은 국내 주민의 소비행위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외국에 사는 사람들의 소비행위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 원칙을 채택하게 되면 각 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고 국내의 소비행위에 대해 어느 수준으로 과세할 것인지를 독자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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