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조세 행정의 문제
본문 바로가기
재정학

26. 조세 행정의 문제

by 오스카 리 2022. 9. 5.
728x90
반응형

최적소득세의 이론

최적 소득세는 적절한 누진성의 선택을 통해 사회 후생의 극대화를 이루고자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사회 후생이 극대화된다는 것은 조세와 관련된 초과부담과 공평성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진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최적소득세의 논의에서는 불공평성을 감소시키려 할 때 어느 정도의 추가적 초과부담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지에 관한 가치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최적조세이론은 바람직한 조세제도를 탐색하는 일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우리가 바람직한 조세제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런 이론적 결론을 활용할 여지는 지극히 작은 것이 사실이다. 조세제도의 개혁은 현실적인 시각이 가미되어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현실적으로 볼 때 바람직한 조세제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좀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조세 행정의 문제다. 효율적이며 공평한 조세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조세 행정의 합리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조세 행정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조세제도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이 비용이 적게 들어야 좋은 조세제도라고 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조세재도를 운영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조세 징수를 위해 행정당국이 사용하는 비용인데, 사람들은 조세제도 운영의 비용이 주로 이 형태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유형의 행정비용은 납세자가 조세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써야 하는 비용, 즉 납세 비용이다. 이 비용은 주로 시간이나 노력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나, 사실은 조세 당국이 지출한 비용보다 더 큰 규모일 수도 있다.

미국의 실증분석 결과를 보면 조세 당국이 징세 과정에서 지출하는 비용은 그다지 많이 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1990년에 발표된 미국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100달러의 소득세를 징구하는 데 든 비용이 불과 51센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은 조세수입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코 큰 비용이라고 할 수 없다. 반면에 납세자가 지불하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더 큰 규모라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예를 들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복잡해 본인이 직접 하지 못하고 세무사나 회계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복잡한 절차로 인해 납세자들은 단지 세금을 내기 위해서도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조세제도가 복잡할수록 이런 형태의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조세제도 개혁이 논의될 때 제도의 단순화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게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의 정부가 납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행정비용에 관한 고려가 앞에서 본 최적 조세의 규칙에 수정을 요구하게 되는 상황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물품세 체계하에서 어떤 상품에는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데, 최적 물품세 이론에서는 모든 상품에 물품세를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하자. 이에 따라 현재 과세하지 않는 상품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하려 한다면 추가적인 행정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이 추가적 행정비용이 너무 크다면 어떤 상품은 아예 과세하지 않는 상태로 놓아두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행정비용에 대한 고려가 최적 조세 규칙의 수정을 요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은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조세 행정의 측면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있는데, 그것은 조세희 회피나 탈세를 막는 일이다. 조세의 회피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조세부담을 줄이려는 행위를 뜻하는 데 비해, 탈세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조세부담을 줄이려는 행위를 뜻한다. 조세 회피나 탈세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볼 떄도 복잡한 조세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조세제도가 단순하고 명료한 경우에는 조세 회피나 탈세가 비교적 어렵게 된다. 반면에 복잡하고 불투명한 조세제도에는 여기저기에 구멍이 많이 뚫려 있게 마련이어서 조세 회피나 탈세가 일어나기 쉽다.

소득세제의 개혁 문제와 관련해 단일세율제도를 채택하자는 아이디어가 종종 제기되는데, 세율을 단일화하는 대신 여러 가지 공제 규정을 대폭 정리해 구멍을 막자는 생각이 그 기본을 이루고 있다. 이 제도의 채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소득세제가 표면적으로만 누진적으로 보일 뿐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부유층이 여러 가지 공제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해 조세부담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세 회피나 탈세 행위가 만연하는 사회에서는 자기만 불공평하게 많은 세금을 낸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이 생기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세 행정에 대한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조세 회피나 탈세 행위를 막기 위해 단지 조세제도를 단순화하는 것 이상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탈세 행위에 대한 엄밀한 감시와 철저한 처벌을 통해 탈세를 시도해 이득을 얻을 수 없음을 명확하게 보여야 한다. 모든 납세자가 마땅히 져야 할 조세부담을 공평하게 지게 하는 것이 조세 행정 개혁의 최우선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28x90
반응형

'재정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28. 조세와 노동의 공급  (0) 2022.09.07
27. 면세와 영세율  (0) 2022.09.06
25. 현실의 조세 제도  (0) 2022.09.04
24. 최적조세이론  (0) 2022.09.03
23. 탈세 행위의 문제  (0) 2022.09.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