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국채의부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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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학

32. 국채의부담 (2)

by 오스카 리 2022.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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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로 부담이 전가된다는 견해

(1) 세대의 정의

앞에서 설명한 전통적 견해에서는 한 세대라는 것이 어떤 주어진 시점에 그 나라 안에서 사는 모든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한 시점에서 동시에 태어난 사람들을 한 세대에 속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것이 더욱더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 시점의 어떤 사회에는 여러 세대의 사람들이 섞여 사는 셈이 된다. 만약 세대라는 것을 이렇게 정의한다면, 국채가 내부채무의 성격을 갖는다 해도 미래세대에게 그 부담이 전가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

분석의 편의를 위해 한 사회 안에 나이가 많은 노년 세대, 창년기는 넘겼으나 노년기에 이르지 않는 중년 세대, 그리고 아주 젊은 청년세대의 세 세대가 공존한다고 가정하기로 하자. 또한 청년에서 중년으로, 그리고 중년에서 노년으로 이행하는 데는 약 20년의 세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가정한다. 어느 한 시점에서 정부가 20년 후에 상환을 약속하는 300억원어치의 국채를 발행 했을 때 이것이 각 세대의 경제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 보기로 하자. 편의상 국채에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고 가정하기로 하는데, 이자가 붙는다 해도 다음에 제시할 분석 내용에는 아무 변화가 오지 않는다.

국채가 발행되었을 때 20년을 기다릴 수 없는 노년 세대는 이를 전혀 사지 않을 것이므로, 중년과 청년세대가 반반씩 나누어 살 것이다. 만약 정부가 국채 판매로 얻은 돈을 추가적 소비지출에 사용한다면, 이에 따라 각 세대의 소비는 100억원어치씩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국채를 구입하지 않는 노년 세대의 소비는 바로 이만큼 증가할 것이지만, 국채를 구입하는 다른 세대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즉 중년과 청년세대는 각각 150억원어치의 국채를 샀기 때문에 국채가 발행된 시기의 소비수준은 오히려 50억원어치만큼 하락하게 된다. 이를 통해 노년 세대만이 국채 발행에 의해 충당된 정부지출의 수혜자가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후 20년이 지나 각 세대는 다음 단계의 세대로 그 위치가 바뀌었고, 정부가 그 국채를 상환해야 할 때가 왔다고 하자. 정부가 조세수입을 늘려 이 부채를 상환하기로 결정했다면 이를 위해 각 세대에게 100억원씩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국채를 발행할 당시에 중년이었다가 이제 노년이 된 세대는 150억원을 돌려받게 되므로 세금을 내고서도 50억원어치만큼 하락했는데, 이제 바로 그만큼 소비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국채 발행이 그들에게는 아무 부담도 가져다주지 않는 셈이다. 물론 이와 같은 논리는 이자율이 0이고 따라서 시간 할인율도 0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국채가 발행된 시점에서 청년이었다가 이제 중년이 된 세대의 경우도 이와 똑같이 아무런 부담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때 노년이었고 이제 사망하여 무대에서 사라진 이들이 얻는 혜택의 부담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일까? 국채가 발행되었을 당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아주 어렸다가 이제 청년이 되어 새로이 무대에 등장한 세대는 그것으로 인해 아무 혜택도 보지 못했으면서 상환을 위한 100억원의 조세부담을 져야만 한다. 그러므로 국채의 부담은 바로 이 새로운 청년세대에 귀착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다시 말해 국채 발행의 결과 지금의 청년세대로부터 국채가 발행된 당시의 노년층으로 소득이 이전되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를 통해 국채의 부담이 미래세대로 전가된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 전통적 견해에서는 내부채무의 경우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보지만, 지금 보는 것처럼 나이에 의해 세대를 구분하게 되면 내부채무라 하더라도 미래 세대에 부담이 전가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물론 지금까지의 논의에서는 경제의 여러 다른 측면들을 사상하고 지극히 단순한 모형안에서 국채의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현실적인 상황을 상정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도출된 기본적 결론은 그대로 성립할 수 있다.

(2) 장기적 자본형성의 측면

국채 발행이 자본축적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와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가져다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일반적인 상황에서 국채의 발행은 어느 정도의 구축효과를 가져와 민간부문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빚는다. 투자가 위축되어 자본축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경제의 성장 속도가 늦어지고, 이에 따라 미래세대의 생활 수준 향상의 속도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바로 이와 같은 관점에서 국채 발행이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안겨 주는 결과를 빚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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