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재정 적자의 경제적 효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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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학

30. 재정 적자의 경제적 효과(2)

by 오스카 리 2022.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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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축적과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앞에서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의 측면에서 재정적자가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느냐는 데 대한 관심에서 이것이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았다. 이번에는 장기적 관점에서 본 재정적자의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이것이 국민저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재정적자가 국민저축의 감소를 가져와 자본축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 결과 경제의 장기적 성장이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나라의 국민저축은 크게 보아 가계와 기업에 의해 행해지는 민간부문의 저축과 정부부문의저축으로 구성된다. 만약 정부가 거둬들인 조세수입보다 더 작은 규모의 지출만 하고 일부를 남긴다면, 그것은 정부부문의 저축이라는 형태로 국민저축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 반면에 정부가 적자재정을 운영하게 된다면 그 적자폭만큼 빌려 쓰는 셈이 되어 국민저축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렇게 국민저축이 줄어들면 투자를 하려는 기업들이 자금을 구하기가 힘들어져 투자가 위축되는 결과가 일어난다.

뿐만 아니라 국채 발행이 이자율을 올려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재정적자로 인해 투자가 위축되는 결과가 일어난다면 장기적인 성장에 지장을 받을 것은 뻔한 일이다. 물론 모든 재정적자가 투자의 감소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케인즈경제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듯, 경제가 매우 침체된 상황에서 발생한 재정적자가 오히려 투자를 자극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재정적자가 민간부문의 투자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국제수지에 미치는 영향



재정적자의 누적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그 나라의 국제수지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부지출이 조세수입에 의해 조달되지 않고 국채 발행에 의해 조달됨으로써 국민의 소비수준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효과다. 앞에서 언급한 리카도의 대등 정리가 엄밀하게 성립하지 않는 한 국채 발행은 사람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데 사람들이 소비하고 있는 상품 중에는 국내에서 생산된 것만 포함된 것이 아니고 외국에서 수입된 상품도 포함된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소비수준이 상승하게 되면 자연히 수입 상품의 소비도 함께 증가해 결국 국제수지의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재정적자의 누적이 투자를 저해함으로써 생산성의 향상이 더디어지고 이에 따라 그 나라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약화한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기업들이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투자가 부진해 노후한 시설을 그대로 쓸 수밖에 없다면 생산성의 향상은 도저히 기대할 수 없다. 국내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잃은 상태에서는 국제수지의 만성적인 적자를 면할 길이 없게 된다. 국채 발행이 민간부문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의 장기적 귀결은 바로 국제수지의 악화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나아가 국채 발행이 이자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와 이것이 국제수지 악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국 정부가 재정적자 때문에 국채를 많이 발행해 국내 이자율이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하자. 그렇게 되면 외국 투자가들은 수익률이 높은 영국의 유가증권을 더 많이 사려고 할 것이며, 이에 따라 영국 화폐, 즉 파운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파운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파운드의 가격은 당연히 상승할 텐데, 이 파운드화의 강세가 영국의 수출업자를 불리한 입장에 몰아넣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만약 국내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워낙 강해서 그 나라 화폐의 강세가 나타나는 것이라면 국제수지의 측면에서 그다지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제경쟁력이 그다지 강하지도 않은데 단순히 재정적자의 누적으로 인해 화폐가 강세를 보인다면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가뜩이나 약한 데다가 환율마저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면 이중의 압력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의 미국 경제에서 실제로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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