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편익과 비용의 평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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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학

18. 편익과 비용의 평가 기준

by 오스카 리 2022.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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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의 경우 어떤 투자사업의 편익은 단순히 이에서 나오는 수입인 한편, 비용은 이를 수행하기 위해 지출된 경비일 뿐이다. 따라서 시장가격에 따라 투자사업과 관련된 편익과 비용을 측정하기만 하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반면에 공공사업의 경우에는 시장가격이 언제나 적절한 평가 기준이 되지는 못한다. 시장의 불완전성이나 정부 개입 등의 원인으로 인해 시장가격이 자원의 정확한 기회비용을 반영하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평가 기준도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지도 못하다는 데 있다. 이 절에서는 공공사업의 평가 기준으로 시장가격과 다른 대안들이 어떤 장단점을 가졌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시장가격

시장가격에 기초해 공공사업의 편익과 비용을 평가하는 데 많은 문제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것이 다른 대안보다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시장가격이 생산에 드는 사회적 한계비용이나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사회적 한계편익을 제도로 반영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점은 시장가격이 이상적인지의 여부가 아니라 다른 대안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 나은지의 여부라고 말할 수 있다.

시장가격이 갖는 문제점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다른 대안들을 사용하는 데에도 나름대로 문제가 따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른 대안들에 비하면 시장가격은 그래도 싼 비용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는 매체인지 모른다. 시장의 불완전성이 아주 심하지 않은 한 시장가격을 사용하는 것이 무난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경제학자가 적지 않은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잠재가격

시장의 불완전성이 아주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자원의 사회적 기회비용을 계산해 내고 이를 잠재가격으로 간주해 편익과 비용의 평가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만약 이 잠재가격을 정확하게 계산해 낼 수만 있다면 공공사업의 편익과 비용을 평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잠재가격은 자원의 사회적 기회비용을 반영하는 가격을 뜻하기 때문에, 이것에 의해 가치를 평가하면 편익과 비용이 정확하게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사회적 기회비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가격을 산출해 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잠재가격 산출의 기초가 되는 모형이 이론적 결함을 갖고 있거나 혹은 현실성이 없고 있다면 이를 통해 도출된 가격은 사회적 기회비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올바른 모형을 세운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설사 이 일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잠재가격의 산출을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사정 때문에 잠재가격을 산출해 사용하는 방법은 그다지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할 수 있다.



조정된 시장가격

만약 잠재가격을 정확하게 계산해 낼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시장가격을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시장의 불완전성의 원인에 따라 시장가격에 적절한 조정을 가한 가격, 즉 조정된 시장가격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방법은 비교적 적은 비용만을 들이고도 잠재가격에 근접한 가격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1) 독점의 경우

공공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독점자가 생산한 제품을 중간투입 요소로 사용한다고 하자. 이렇게 독점적으로 생산되는 상품의 경우에는 가격이 그것을 생산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보다 더 큰 현상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 둘 중 어느 것에 기초해 공공사업의 비용을 평가해야 할까? 그 상품이 소비자에게 갖는 가치를 뜻하는 것은 바로 가격이기 때문에 이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에 그 상품을 생산하는 데 소요된 자원 비용을 나타내는 한계비용이 평가 기준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공공사업 수행을 위해 독점자가 생산한 상품을 구입할 때 그 결과로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이 상품의 생산량이 공공사업에서 사용한 바로 그 양만큼 증가한다면, 그 상품의 사회적 기회비용은 추가적 생산을 위해 소요된 자원 비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한계비용을 평가 기준으로 써야 마땅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반면에 공공사업 수행을 위해 그 상품을 구입했는데도 생산량은 예전의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소비자에게 갈 상품이 공공사업에 쓰인 것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가격이 사회적 기회비용의 적절한 척도가 될 것이다. 이 두 가지의 중간에 해당하는 경우, 다시 말해 생산량이 증가하기는 했는데 공공사업에서 사용한 것보다 적게 증가하는 경우라면 가격과 한계비용의 가중평균을 구해 이를 사회적 기회비용으로 간주할 수 있다.

(2) 조세의 존재

물품세가 부과된 상품이 공공사업에 투입되는 경우, 생산자가격과 소비자가격 중 어느 쪽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공사업의 수행을 위해 대당 3천만원을 주고 10대의 트럭을 구입했는데, 이 트럭의 소비자가격에 5백만원의 물품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자. 그 3천만원의 가격 중 5백만원은 어차피 다시 정부의 수입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2천 5백만원만을 트럭의 사용 비용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아니면 3천만원 전체를 비용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물품세의 존재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의 해결책은 바로 위에서 본 독점의 경우에 준해서 구할 수 있다. 예컨대 물품세가 부과된 상품이 공공사업에 투입될 때 그 투입량만큼 생산량이 증가할 경우에는 추가적 생산에 드는 자원 비용을 뜻하는 생산자가격, 즉 2천5백만원이 평가 기준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반면에 생산량이 전혀 변화하지 않고 예전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결과가 나타난다면, 소비자에게 갈 것이 공공사업에 투입된 셈이므로 3천만원이라는 소비자가격이 적절한 평가 기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3) 실업의 존재

일반적으로 공공사업에 대한 평가는 완전고용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경제 내부에 상당한 정도의 비자발적 실업이 존재하고 있을 때는 이에 대해 적절한 고려를 할 필요가 생긴다. 더군다나 공공사업에 비자발적 실업 상태의 근로자들이 고용되고 있는 경우라면, 실업의 존재에 대해 적절한 고려를 해야 공공사업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다.

공공사업에서 비자발적 실업 상태에 있는 근로자를 고용할 때 여타 부문의 생산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여타 부문의 생산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에게 지불되는 임금이 그들을 고용하는 것과 관련된 기회비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공공사업에서 이들을 고용하는 데 드는 진정한 기회비용이란 그들이 포기해야 하는 여가의 가치일 것이며, 일반적으로 그것은 상당히 작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판단은 진정으로 비자발적 실업 상태에 있는 노동력을 고용할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

실업이 발생하는 원인이나 성격에 대해 학자들의 의견이 여러 갈래로 엇갈려 있는 것처럼, 실업 상태의 노동자에 대한 기회비용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려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심각한 불황으로 인해 비자발적 실업이 광범하게 존재하는 경우가 아닌 한 실제로 지급되는 임금이 기회비용의 좋은 근사치가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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