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경제발전 단계와 주요 세원
인류 역사를 보면, 잘 정비된 정부가 존재하는 한 항상 조세가 존재해 온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세제도의 기본골격이 지속해서 변화해 왔는데, 세원 구성의 측면에서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세원이란 조세 부과의 대상이 되는 경제변수 혹은 경제행위를 뜻한다. 예를 들어 소득이나 재산, 혹은 부가가치가 세원이 될 수 있다. 한 나라의 조세제도는 몇 가지 세원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시대가 바뀜에 따라 그 구성이 계속 변화해 온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세원 구성의 특징은 경제발전 단계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인데,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1) 전통사회
전통사회에서는 화폐 경제화의 정도가 지극히 미약했을 뿐 아니라 상업화와 도시화도 별로 진전되지 못했기 때문에 선택 가능한 조세의 종류가 아주 제한되어 있었다. 이때는 권력자의 지배 아래에 있는 토지와 사람에 대한 과세, 즉 지조와 인두세가 주요한 세입원을 이루고 있었다. 조세의 화폐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현물로 납부하거나 영주에게 노역을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납세를 했다. 이와 같은 사정은 서양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시한 동양에서도 거의 비슷했다. 조세를 화폐로 납부하는 관행이 정착된 것은 이보다 훨씬 후 근대사회가 태동하기 시작하던 떄였다.
(2) 근대사회로의 이행기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이행하는 단계에서는 관세, 주세, 혹은 담뱃세 같은 전통적인 물품세가 주종을 이루게 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당시 점차 활기를 띠어 가던 국내의 상업활동과 해외 무역 활동이 과세당국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데서 연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늘날 소득세제도가 가장 잘 정착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도 줄곧 연방정부 수입의 대부분을 관세와 물품세에 의존하고 있다가, 1913년의 법체계 정비 이후에야 소득세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주요 세원으로 자리를 굳혀 가기 시작했다. 근대사회로의 이행기에서 발견할 수 있던 또 하나의 특징은 조세에 관한 고려가 거의 전적으로 재정수입 달성에만 국한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조세제도가 갖는 효율성이나 공평성 상의 함의는 당시 사람들의 관심 밖에 놓여 있었다.
(3) 근대사회
근대사회로 들어온 후부터는 소득세나 법인세 같은 직접세에 대한 의존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물품세 부과의 대상이 점차 확대되어 부가가치세 같은 근대적 물품세 체계로 정착되기에 이르렀다. 이제 대부분의 나라에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조세제도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나라의 조세제도 안에서 직접세와 간접세가 차지하는 상대적 비중은 그 나라의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 같은 나라는 전통적으로 직접세의 비중이 커 왔던 반면, 유럽 여러 나라들은 간접세 위주의 조세제도를 운영해 왔다.
조세와 관련해 근대사회가 보이는 또 하나의 특징은 조세가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어떻게 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순조롭게 조세를 거둬들일 수 있는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따라서 조세가 사람들의 경제적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시키려고 하는 시도는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근대사회로 들어온 후부터는 조세가 단순히 재정수입을 조달하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정책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도 인식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조세제도는 시대적 여건의 변화에 따라 그 기본골격이 계속 바뀌어 왔다. 그런데 이 시대적 여건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조세를 징수하는 측과 이를 납부하는 측의 이해관계가 언제나 일치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조세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가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양측 사이에 팽팽한 긴장 관계가 조성될 때가 훨씬 더 많다. 어떻게든 더 많은 세금을 거두려는 정부와 조세 부담 증가에 대해 반발하는 국민 사이의 긴장은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다.
때로는 이런 긴장 관계가 심각한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게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영국 정부가 북아메리카 식민지에 인지세 등의 새로운 조세를 부과해 부담을 가중한 것이 독립전쟁에 불을 댕긴 계기로 작용했던 사실이 그 좋은 예다. 최근의 예로는 영국 대처 정부가 인두세를 도입한 데 대해 국민이 거세게 반발해 큰 사회적 혼란이 일어났던 사건을 들 수 있다. 이런 예들을 보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찾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어려운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바람직한 조세제도의 요건
바람직한 조세제도가 되기 위한 요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은 스미스의 국부론에서도 이미 잘 나타나 있다. 사실 우리가 지금 열거하려고 하는 바람직한 조세제도의 성격은 그가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절에서는 바람직한 조세제도가 구비해야 할 요건들을 일단 열거하고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다음으로 미루려고 한다.
(1) 조세부담의 공평한 분배
바람직한 조세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납세자들 사이에서 공평한 부담의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조세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수행하는 사업의 비용을 국민에게 부담시키는 수단이기 떄문에, 조세부담이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요구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큰 중요성을 갖는다.
(2) 경제적 효율성
조세의 부과는 민간부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유발하게 된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조세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자원배분 과정에서의 교란을 가능하면 작게 만들어 경제적 효율성의 상실을 극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3) 행정적 단순성
어떤 조세제도가 아무리 공평하고 효율적이라 해도 복잡하기 짝이 없어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운영에도 큰 비용이 든다면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단순히 조세제도는 조세 행정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측면에서뿐 아니라 납세자들의 자발적 협조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된다.
(4) 신축성
조세제도가 신축성을 가져 경제적 여건의 변화에 쉽게 반응할 수 있어야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조세 수단을 통해 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려고 할 때 조세제도가 신축성을 갖고 있으면 훨씬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조세제도가 경직적이어서 급변하는 경제적 상황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수 없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5) 정치적 책임성
책임감이 있는 정부라면 각 납세자가 얼마나 부담하게 되는지 명백히 밝힌 다음 이들이 자유로운 선택을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지 잘 알 수 없는 간접세를 재원 조달의 주요 수단으로 삼음으로써 납세자들의 반발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갖는 정부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정치적으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6) 확실성
조세가 부과되고 징수되는 모든 과정이 정해진 법률과 규정에 따라 확실하게 집행되어야 한다는 조건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갖는다. 조세제도가 자의적으로 운영되어 상당한 정도의 불확실성이 야기될 경우 여러 가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빚어진다. 불확실성은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세를 둘러싼 부조리가 만연하게 되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재정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 조세와 자원 배분의 효율성 (0) | 2022.09.02 |
---|---|
21. 공평한 조세 부담의 원칙 (0) | 2022.09.02 |
19. 현실의 비용 편익 분석 (0) | 2022.09.01 |
18. 편익과 비용의 평가 기준 (0) | 2022.08.31 |
17. 정부 지출의 당위성 (0) | 2022.08.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