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이 부과되어야 하는 당위성의 근거로 효율성, 공평성, 그리고 재정수입의 획득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공공요금은 이 세 가지 측면에서 과연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알아보자.
효율성
공공요금의 부과는 무엇보다도 우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여 준다는 측면에서 그 정당화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시장경제에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는 것은 가격이 자원의 희소성에 대한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이 생산 및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경우에도 가격의 신호전달 기능을 활용하면 한층 더 효율적인 배분을 달성할 수 있다.
시장에서 가격을 매개로 하여 거래되는 상품의 경우에는 그것이 적절한 수준으로 생산되고 있는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 생산 및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국민에게 무료로 배분해 주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판단이 매우 어렵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이 적절한 수준에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것에서 나오는 한계편익이 얼마인지 알아내고 이를 한계비용과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무료로 배분해 주어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람들이 이로부터 얻는 한계편익이 과연 어떤 크기인지 알아낼 길이 없다.
만약 공공부문이 생산 및 공급하는 재화나 서비스에 공공요금의 형태로 가격이 부과된다면, 이로부터 나오는 한계편익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공공요금을 통해 전달된 한계편익에 관한 정보는 공공부문이 효율적인 생산수준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처럼 적절한 생산수준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공공요금의 부과가 효율적 자원배분을 가져다주는 첫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공공요금은 생산과정에서의 효율성뿐 아니라 사람들이 소비하는 과정에서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수도나 전기 같은 것이 완전히 무료로 공급된다고 해 보자. 사람들은 무료로 공급되는 것을 아껴 쓸 하등의 이유를 발견하지 못할 터이므로 엄청난 낭비가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반면에 일정한 가격을 지불해야 소비할 수 있게 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사람들은 가격이 한계편익과 일치하는 수준까지 소비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적절하게 결정되기만 하면 효율적인 수준에서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적절한 수준에서의 소비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공공요금의 부과가 효율적 자원배분을 가져오는 두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공평성
공공요금 부과가 정당화될 수 있는 근거로는 바로 앞에서 설명한 효율성의 측면이 가장 큰 비중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하면 지금 설명하려고 하는 공평성의 측면이나 다음에 설명할 재정수입 획득의 측면은 잘해야 부차적인 중요성밖에 갖지 못한다. 공공요금을 부과하는 주목적이 이를 통해 소득을 재분배하려는데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만약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소득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공공요금을 부과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 많이 있을 것이다.
공평성의 측면에서 공공요금의 부과가 요구되는 이유는, 사용 재의 성격을 갖는 재화나 서비스의 경우 이를 소비하여 편익을 얻는 사람들이 생산에 드는 비용 부담의 일차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국방이나 경찰 서비스같이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 서비스의 경우에는 누가 얼마나 더 많이 혹은 덜 소비하느냐가 별로 문제 되지 않는다. 소비에서의 비경합성 때문에 누구라도 이를 소비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많이 소비하는 사람이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한다는 것이 별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전기나 수도같이 사용 재의 성격을 갖는 재화나 서비스의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이것들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일반적인 조세수입이나 다른 세입원에서 나오는데,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비용부담을 나눠서 지는 셈이다. 그런데도 무료로 배분한다면 많이 소비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이득을 얻는 불공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사용 재의 성격을 갖는 재화나 서비스의 경우에는 공공요금을 부과해 각자가 소비하는 양에 비례해 그 비용의 부담을 지도록 만들어야 공평하게 된다.
재정수입의 획득
아주 드문 경우지만 정부나 공공기업이 마치 민간부문의 기업처럼 재정수입을 획득하려는 목적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 및 공급할 수 있다. 이 경우 공공요금의 부과는 재정수입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물론 공공부문이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을 통해 너무 많은 재정수입을 올린다는 것은 공공부문의 기본취지와 어긋나는 일이다. 따라서 재정수입의 획득이라는 것은 공공요금을 부과하는 부차적인 목표 일 수밖에 없으며, 아주 제한된 경우에서만 이를 추구하는 것이 허용된다.
공공부문이 수행하는 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민간기업에서 볼 수 있는 적극적인 이윤 동기가 없다는데 그 주된 이유가 있다. 정부 그 자체는 물론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업의 경우에도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목표를 두지 않기 때문에 자칫하면 방만한 운영을 하게 될 소지가 있다. 이와 같은 비효율성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에서 채산성을 추구하기를 요구해야만 하고, 이 점에서 볼 때 공공요금의 부과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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