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공공요금 결정의 현실적 고려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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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학

36. 공공요금 결정의 현실적 고려사항

by 오스카 리 2022.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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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논의는 너무나도 이론적인 측면에만 치우쳐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공공요금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들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공공요금이 산정되는 절차에 대해 살펴보고 각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적정한 공공요금을 산출하기 위한 첫 단계 작업은 고려 대상이 되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는 일이다. 그런데 민간부문의 기업들이 자신의 상품에 대한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것처럼, 공공부문도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가 많다. 다음에는 그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 및 공급하는 데 드는 비용을 파악해야 하는데 비용에 관한 정보는 평균비용 곡선이나 한계비용곡선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해야 한다. 이렇게 수요와 비용의 조건에 대한 자료를 모두 구해 놓으면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준비는 모두 다 마친 셈이다. 어떤 원칙에 의해 공공요금을 설정할 것인지만 결정하면, 이렇게 모인 자료를 대입해 바로 구체적인 답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원칙을 채택할 것인지의 문제는 과연 어떤 목표를 염두에 두고 공공요금을 부과하느냐를 분명히 밝혀야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앞에서 공공요금을 부과하는 주요한 목적으로 효율성, 공평성, 그리고 재정수입의 획득 세 가지를 들어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공공요금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이들 여러 가지 목표에 어떤 상대적 비중을 두어야 하느냐는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예를 들어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적정한 공공요금이 공평성의 측면에서 문제를 내포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공공부문에서 생산 및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 중에는 주로 빈곤층이 많이 사용하는 것이 있는 동시에, 주로 부유층이 많이 사용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공공요금을 부과하는 목적이 소득의 재분배에 있는 것은 아니나, 가능한 한 빈곤층의 부담을 가볍게 해준다는 원칙하에서 공공요금을 부과해야 한다. 그렇다면 빈곤층이 주로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보다 더 낮게 책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이와 같은 조정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조정의 폭에 대해서는 이견이 생길 여지가 많다.

또한 재정수입의 획득이라는 측면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입을 올려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공적인 성격을 갖는 사업에서 많은 재정 수입을 올린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음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투하된 자본에 대한 정상적인 수익마저 회수하지 못할 정도라면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결과를 빚기 쉽다. 국민에게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단지 공급해 주는 데만 치중하고 채산성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방만한 운영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최소한의 재정수입을 달성해야 한다는 명백한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효율적인 운영을 북돋워야 할 것이며, 공공요금도 그와 같은 관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공공요금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효율성, 공평성, 그리고 재정수입의 획득 말고도 추가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행정적인 측면에서의 단순성인데, 공공요금의 구조가 너무 복잡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행정 처리에도 큰 비용이 들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조세제도를 논의와는 경우에도 행정적인 측면에서의 단순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공공요금 구조도 가능한 한 단순화함으로써 이와 관련된 행정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경제의 다른 부문과의 관련성에 경제 여건 변화에 대한 신축성이라는 측면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요금이 어느 수준으로 결정되느냐가 물가, 고용, 국제수지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점을 신중히 고려해 공공요금을 결정해야 한다. 나아가 경제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신축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공공요금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경직적인 공공요금 구조로 인해 주변 여건이 급격히 변화해 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적절히 대처해 나갈 수 없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상에서 설명한 여러 가지 현실적 사항을 고려해 볼 때, 적정한 공공요금을 결정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님을 잘 알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보아 한계비용 가격설정의 원칙을 사용해야 타당한지의 여부나, 만약 이 원칙을 채택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떤 대안을 선택해야 하느냐의 문제도 중요한 것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막상 공공요금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더욱 어려운 과제로 떠오르게 되는 것은 지금까지 설명한 여러 가지 현실적 고려사항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공공요금이 낮을수록 더 좋다는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에 여행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나라의 공공요금은 상당히 싼 편에 속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를 빼면 지하철 기본요금이 1달러를 조금 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나라는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도 공공요금을 약간이라도 올리려는 기색이 보이면 언론매체들이 서민 생계에 부담이 된다고 무작정 떠들어 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두려워하는 정부는 공공요금을 올려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데도 주저하기 일쑤다. 

높은 공공요금이 서민 생계의 부담을 가중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공요금을 결정할 때 분배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더라도 공공요금을 소득재분배의 주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공공요금은 효율성이나 재정수입의 측면까지 고려해 나름대로 타당한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공공요금이 너무 낮아 결손이 생기고 조세수입을 통해 이를 메운다고 할 때, 이와 같은 구도가 서민들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도 아니다. 앞에서 설명한 바 있지만, 우리 사회의 조세부담은 상당한 역진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한 감정이 아니라 엄밀한 논리에 기초해 공공요금 수준을 결정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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